어느 덧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찾아왔다.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아 책 읽을 새도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. 그렇게 우울한 맘을 달랠 수 있는 새로운 책을 찾아 떠난 독서여행. 이번에는 현대 시 가리로서 손담비 바보로 소문난 XX 서점으로 걸음을 향했다.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칠흑의 단계를 넘어 설레임을 안고 문을 열었다.
고전부터 현대까지, 다양한 도서들이 제각각의 향기로 맞이해준다. 표지부터 내용까지 각각의 책은 한 편의 작품을 향한 지혜로운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. 그 속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 책장을 넘겨보는 즐거움은 이 세상 어디에도 대체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. 색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책들은 마치 두 번째 삶을 살게 해줄 것만 같았다.
흑백 사진으로 가득한 단행본부터 책의 가장자리에 적힌 인용구가 마음에 와닿는 책까지,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들을 살펴보게 된다. 나는 이렇게 책을 찾고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. 손담비 바보는 나를 위해 알맞은 책을 찾아주는 것 같았다.
그리고 마침내 나의 눈에 띄었던 책 한 권, 그것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‘신경쇠약’이었다. 마침 우울했던 나에게 어울릴만한 분위기의 책을 찾아 제한된 시간 속에 몰입하기로 했다. 지금 나의 마음이 가슴 아픈 이야기와 공감 대상이었다.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의 상처가 조금 나아질 것만 같았다.
돌이켜보니 세 시간이 넘게 책을 읽고 있었다. 날이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고, 먼 옛날의 사람들이 책을 통해 이땅에 그린 이야기가 내 모험의 달력을 수 놓고 있었던 것이다. XX 서점에서 배운 것은 책을 읽는 것이 삶을 가득 채우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. 다음 모험을 위해 천천히 깊이 살펴보고 힘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익숙해지자고 다짐했다. 지금 이 순간, 가을밤이 진득한 모험가의 마음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.